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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정형외과 수술을 설명하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병원이 수익을 내기 위해 효과도 불분명한 수술을 무리하게 권하는 대목에서 ‘양악 수술처럼’이란 표현이 나왔다. 순간 머리가 띵해지고 얼굴이 화끈거렸다.
언제부터 양악 수술이 ‘나쁜 수술’의 대명사가 됐나? ‘양악 수술’이란 용어는 대체 어디서 나왔나? 이젠 너무 익숙해진 ‘양악 수술’이란 용어는 처음엔 전문가들조차 어색해할 만큼 출처가 불분명한 말이었다.
위턱과 아래턱이 제 위치에 있으면 치아가 잘 맞물려 음식을 씹는 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아래턱이 위턱보다 큰 주걱턱처럼 두 턱의 크기가 잘 안 맞는 경우 씹는 기능의 장애를 겪을 수 있다. 이런 경우 턱의 크기를 교정해 치아가 잘 맞게 하는 수술이 턱교정 수술이다.
턱교정 수술을 영어로 Orthognathic surgery라 한다. ‘ortho’는 바르게 한다는 의미이고, ‘gnathic’은 턱을 뜻한다. 턱교정 수술 중에는 아래턱만 교정하는 ‘1-Jaw surgery’가 있고, 위·아래턱을 같이 수술하는 ‘2-Jaw surgery’가 있다. ‘2-Jaw surgery’를 굳이 우리말로 해석하면 ‘양악 수술’보다는 ‘이악 수술’에 가깝다. 양악 수술에 가까운 용어로 ‘Bimaxillary surgery’란 표현도 있지만, 많이 쓰이는 말은 아니다.
‘양악 수술’이란 용어가 대중화된 것은 5~6년여 전쯤 일부 병원에서 양악 수술을 상업적으로 활용한 이후였다. 버스나 인터넷에 광고를 하기 위해선 소위 ‘입에 붙는’ 이름이 필요했고, 턱교정 수술이나 이악 수술보다 ‘양악 수술’이란 말이 훨씬 효과적인 광고 문구라고 판단한 것이다. 양악 수술이란 명칭에는 시작부터 상업적으로 왜곡된 목적이 담겨 있다.
우리나라에서 턱교정 수술이 처음 이뤄진 것은 1950년대다. 이후 수십년간 치과대학병원을 중심으로 많은 수술이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턱교정 수술이 양악 수술로 불리며 상업적으로 이용되면서부터 ‘나쁜 수술’의 대명사가 된 것이다.
턱의 크기가 맞지 않아 씹지도 못하고 외모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해 수술이 반드시 필요한 환자들도 양악 수술이 무섭고 위험하다는 잘못된 인식 때문에 수술을 망설이는 경우를 많이 본다. 올바른 진단과 치료를 통해 씹는 기능도 회복하고 외모의 개선도 얻어 성격까지 좋아지는 효과를 직접 보아온 의료진으로서는 지금의 이런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
이제 와서 턱교정 수술이 맞다, 양악 수술이 맞다는 논란은 무의미할 것이다. 이미 ‘양악 수술’이란 용어로 대중에게 너무 많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름이 어떻든 본질이 잘못 알려진 부분은 반드시 수정돼야 한다. 앞으로 이 칼럼을 통해 양악 수술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고자 한다.
황종민 <앵글치과 구강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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